어제는 오랫만에 깨어 있는 SE 전공자를 만났다. 여러 화두들 중 일전에 포스팅한 [나쁜 팀 문화] 점진적 지연 [1] 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분은 재미난 해결책 하나를 말씀해 주셨다.
먼저.. ‘점진적 지연’이란 현상적으로 보면 주요 마일스톤 일정을 막바지에 조금씩’만’ 뒤로 미루며 결국 긴 기간동안 지연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그리고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조직이라면 미래가 있다. 하지만 내가 보아온 많은 조직에서는 관리자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정책을 편다.
그들은 ‘9월에 끝날 거 같은 과제라면 6월에 끝내라고 해야 그나마 9월에 끝이 난다’라고 말한다. 그들 믿음의 기반은 ‘개발자는 일정으로 쪼지 않으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게으른 존재’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게 노하우이고 자신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믿는다.
노동 집약적 산업 시대의 잔재인 듯한 이런 시도는 신입사원처럼 아직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나 선천적인 워커홀릭 정도에게나 효과를 보인다. 워커홀릭은 몸이 부서지거나 삶의 전환이 될만한 계기가 찾아오지 않는한 열심히 일하지만, 신입사원들은 기껏해야 한 두 해면 유효기간 만료이다. 결국 9월이 지나고 10월, 11월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관리자들은 종종 ‘내가 6월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난 9월로 예상하고 있어’라는 것을 자신만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만 아냐? 나도 안다.’ – 개발자들의 마음속이다. 물론 9월이라고 똑같이 예측하는 사람은 일부, 대부분은 자기 나름의 예상치를 잡거나 아예 관심 없어 한다. 즉, 명목상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목표에 관심이 없거나 제각각의 기준으로 일에 임하는 것이다. 이런 콩가루 팀과 원래부터 9월을 목표로 하여 멤버들 대다수가 ‘어! 잘하면 될 거 같은데, 한 번 해보자!’라고 뭉쳐진 팀, 둘 중 어느 팀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해결책?
스스로 제시한 목표치에 훨씬 못미치는 관리자 한 두 명만 본보기로 잘라 버리는 것이다. 마음대로 자를 수 없다면 다른 팀에 전배를 보내거나, 다른 일로 전형시켜버리면 된다. 위화감을 느낀 관리자들은 현실적인 목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배우려는 마음과 변화해보겠다는 의지 없어서 그렇지, 현실적인 목표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관리자 혼자 머리 싸매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위의 충격요법은 절박함을 심어주어 마음과 의지를 북돋아줄 것이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현 팀에서도 한 번쯤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내게 그만한 권한만 주어진다면 크나큰 변화를 이끌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
참고로, 연구 성격의 과제라 누구도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짧은 iteration 을 돌며 그때 그때의 성취를 공유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글을 적으면 생각이 나서 리더 vs. 매니저 [2] 도 업데이트 하였다.
References
- [나쁜 팀 문화] 점진적 지연 (wegra.org)
- 리더 vs. 매니저 (weg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