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글을 적는 계기는, 얼마전 팀에 배포된 100페이지짜리 자바 코딩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나는 이미 약 9년 전에 나만의 코딩 가이드라인 문서를 만들어 다수 프로젝트에 적용했었다. 당시엔 나름 자부심을 주는 산출물 중 하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은 구시대적 산물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코딩 규약 자체는 분명 필요하다. 이것이 없는 조직은 아직 굉장히 미숙한 개발 문화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이를 정적인 문서(워드나 파워포인트 형태)로 작성/관리한다는데 있다. 문서 방식의 대표적인 한계는 이러하다.
- 내용이 풍부해질 수록 배우고 실무에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 언어 명세에 추가되는 새로운 문법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 항목 A의 예제 코드가 항목 B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 몇몇 예제만으로 실 제품의 수십만/수백만 라인의 다양한 코드와 매칭시키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시절에는 저런 한계를 안고서라도 문서가 필요했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개발 도구들이 이미 충분히,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숙되어 있기 때문이다.
Eclipse의 Code Formatter
가장 대표적인 자바 IDE 중 하나인 Eclipse를 보자. Eclipse의 Preferences > Java > Code Style 메뉴를 보면 다음의 메뉴들을 볼 수 있다.
- Clean Up: 불필요한 코드나, 명백히 잘못된 코드 설정
- Code Templates: 정형화된 코드 파일/클래스/메서드 등의 템플릿 설정
- Formatter: 코드 포맷 설정
- Organize Imports: import 문 구성 규칙 설정
위의 기능들은 개발 중 언제나 간단한 메뉴 조작이나 단축키로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다. 즉, 새로 합류한 팀원이 아무리 대충 짜놓은 코드라도, 즉시 베테랑 선임 개발자가 짠 코드처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로직이나 단어 선택 등은 논외)
C/C++ 언어의 유사 툴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시큰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저 메뉴들을 찾아들어가 잠시만 살펴본다면 그 막강한 표현력에 혀를 내두르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면 그 정확성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더욱이 편집한 설정을 import/export 할 수 있으니, 기본 설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수정하여 팀 전체가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소스 컨트롤 툴에 저장/관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코딩 규약은 단순 문법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결함을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코딩 패턴과 개발자들아 자수 실수하는 잘못된 패턴에 대한 예방 차원의 항목도 다수 포함된다. 위의 설정만으론 분명 부족함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두 가지 툴을 추천한다.
FindBugs
FindBugs라는 이름에서부터 너무도 명백하게 자신의 용도를 광고중인 이 툴은, 자바 코드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다양한 버그 패턴을 찾고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자신이 짠 코드에서 직접 짚어준다는 점에서 초간단 예제 몇 개만 달랑 던져주는 문서와는 천지차이다.
IDE와 통합은 기본이고 무료다. 또한 이 툴이 헛짚은 경우는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했을 정도의 정확성을 뽑낸다. 물론 ‘우리의 사용 환경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어’라며 무시할 수는 있지만, 사용 환경이 언제까지건 변함 없고, 그 코드가 다른 프로젝트에 가져다 쓰일 확률이 zero 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면, 툴이 제안하는 예방 조치를 따라두는 것이 나쁠 것 없다.
CodePro Analytix
과거에는 PMD나 CheckStyle을 추천하며 CodePro Analytix는 소개 정도만 시켜주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구글이 이 툴을 사더니 무료로 뿌려버린 것이다. 더이상 상용 툴을 아쉬워하면 꿩 대신 닥으로 PMD나 CheckStyle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이 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CodePro Analytix를 훨씬 높게 평가한다.
유사 코드 찾기와 종속성 분석 등 다른 기능도 많지만, 이번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능은 바로 코드 검사 기능이다. CodePro Analytix는 Effective Java, Security, Internal API 등등 업계에서 많이 통용되고 있는 다수의 가이드라인에 맞는 수백가지의 검사 규칙을 제공한다. 각 규칙들은 세밀한 설정도 가능하고, 원하는 항목만 조합하여 팀만의 룰셋을 정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정한 규칙은 당연히 import/export 하여 공유할 수 있다.
Eclipse에 설치하려면 다음 주소를 참고하자.
http://code.google.com/intl/ko-KR/javadevtools/download-codepro.html
CheckStyle
CodePro Analytix로 천하통일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확인 결과 CodePro는 Ant 태스크나 Maven 플러그인을 제공하지 않아, 지속적 통합 시스템에 넣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여 PMD와 CheckStyle 중 하나를 여전히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나는 CheckStyle을 추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PMD가 2009년 이후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CheckStyle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기 때문이다.
툴의 기능은 CodePro Analytix와 유사하나 지속적 통합 시스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Ant 태스크와 Maven 플로그인을 제공한다. 물론 Eclipse와 같은 IDE용 플러그인 품질도 뛰어나 개발자 편의성도 좋다.
Summary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자바 코딩 규약에 대해서는 이미 훌륭한 툴들이 갖추어져 있다. 문서로 힘들게 정리하고 교육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백배는 효율적이다. 그 이유는 이들 툴 모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제공한다.
- IDE와 밀접히 통합되어 있어, 개발자들이 자신의 코드를 대상으로 언제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 무료이다.
- 설정 편집 및 import/export 기능으로 팀원간 공유가 쉽다.
- 강력하고 정확하다 (C/C++ 툴들과 비교를 거부한다).
- Ant 태스크(FindBugs, CodePro) 혹은 명령행 수행 기능(Eclipse Code Formatter)을 제공하여 원한다면 지속적 빌드(continuous integration/build) 환경에 통합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자바 개발팀에 속해 있고 팀 내에 코딩 규약이 없거나 문서로만 관리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