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1]는 창의력을 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고, 직접보기[2]는 생각을 현실화시켜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제부터 살펴볼 수용하기는 변화를 권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개발자들에게 능동적 에너지를 불어 넣으려는 자세이다. 따라서 조직에서 권한을 쥐고 있는 윗사람들에게 크게 요구되는 자세이다.
조직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려 할 때, 윗사람이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 시도는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다[3][4]. 특히나 한국처럼 수직적 위계질서가 철저한 문화에서는 윗사람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수십, 수백명을 고생하게 만들 만큼 파급이 크다. 심지어 조직 운명이 뒤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설사 올바른 말을 하더라도 확대 해석되고 준비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즉시 수행하려해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한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윗사람에게 필요한 자세는, 변화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잠시 아쉬운 경험담을 하나 떠올려보겠다. 얼마전 수백명에 달하는 조직 구성원 전체가 모여 이것 저것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 임원들에게 궁금한 것을 여쭐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임원께서 조직의 변화에 대해 잠시 언급하셨다.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조직이 변하길 기대하기보단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아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이해한 의미는 이렇다.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한 것이고, 남에게 바라기 앞서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라는 좋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이 말에 적잖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왜일까? 만약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의견을 주면 내가 힘이 닿는데까지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중간층에 있는 분들도 팀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 만약 내 힘이 필요하다면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라. 다함께 힘이 닿는데까지 일할 맛 나는 팀을 만들어보자.”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전자는 개인의 변화 의지를 크게 억누르는데 반해, 후자는 의욕을 한층 불살라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과 격려에서 끝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불편사항을 누구든 편하게 개진할 수 있고, 개선 방법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나서지 못한다면, 익명이 보장되는 토론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애자일 회고(Retrospective) 제도[5]를 도입해 보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그리고 이렇게해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들을 작은 것부터라도 하나씩 수용해가며 차근차근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윗사람들이 주의해야할 점 몇 가지 집어보자.
‘이봐들! 개선 아이디어를 가져와봐!’ 라고 강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명령은 실무자들이 스스로 불편사항을 찾고 자율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얻을 우려가 있다. 단, 익명 보장 등 조치를 취해 주었는데도 아무도 의견 개진 없이 시간만 흐른다면 한 번쯤 발동을 걸어주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보고해봐!’ 와 같은 요청은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다. CMMI 나 SPICE 등 개발 역량 평가 모델의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벌어지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수치적으로 측정 가능하고, 형식적인 변화에 치중될 우려가 생긴다. 심할 경우, 개발자들은 변화에 회의를 느끼고 더 이상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가만히 놓아 두어도 개발자들은 알아서 쓸데 없는 일과 꼭 필요하지만 귀찮은 일 그리고 수작업 등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더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아 시도해보고 적용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래서 더 안좋아지는 부분이 생기면 되돌아가거나 다른 안을 시도해보며 결국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수렴해간다. 제도와 권위로 가둬놓지만 않으면 팀은 좋은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
정리해보자.
- 윗사람은 변화를 주도하기 보다는, 변화 에너지를 불어 넣고 변화를 돕고 그 모습을 수용하자.
- 아랫사람은 능동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장단점을 몸소 체험하며 배우자.
- 상향식도 하향식도 아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이다.
References
- 쉬어가기..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법 (wegra.org)
- 직접보기..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법 (wegra.org)
- 하향식 변화 도입에 대한 환상 (김창준, 애자일 컨설팅)
- Bad Team Culture – 변화의 시작.. 상향식? 하향식? (wegra.org)
- Bad Team Culture – Lessons Learned as a Last Will (wegra.org)